본문 바로가기

과제

과제- 마법의 역사

예시카 데이비슨은 심령현상 따위와는 아주 먼- 거리에 있었지만 동시에 꽤 순진했다. 그가 머글세계에서 살 때, 그의 부모는 사람을 고용해 예시카에게 자기 전 여러 가지 동화책을 읽어주게 시키곤 했는데, 동화라는 것이 그렇듯 마냥 아이를 위한 이야기만 가득한 것은 아닌지라, 어떤 이야기들은 예시카를 유령에 대한 공상에 빠트리곤 했다. 물론. 안 좋은 쪽의.
 그래, 저 유령 말이다. 예시카는 교실 앞 분단에서 정해진 이야기를 늘어놓을 뿐인 유령을 잠시 응시했다. 역시 현실과 동화는 다르구나. 어릴 땐 동화 속 공주님이 된 것 같은 상상에 빠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며 깨닫기를 예시카 왕자에게 구출되는 공주도, 세상을 구하는 용사도, 모든 것을 깨고 있는 현자도 아니었으니... 저 유령 또한 상상과는 달랐다. 무섭지 않다는 거다. 유령이 수업을 한다면 등골에 소름이 끼치고 자다가도 생각이 나지 않을까 했는데.

 주변을 둘러보면, 엎어져서 수면도 아닌 숙면을 취하는 후플푸프의 오소리들이 보인다. 3년이 지난 지금, 나는 점점 이곳에 익숙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페이지를 넘기는 투명한 손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 지금의 자신이, 오싹하지 않은 등골이, 너무나도 편안한 이 강의실의 분위기가... 나는 싫다.
 잡생각이 길었다. 과거의 전쟁을 설명하는 유령의 말을 놓치길 몇 번, 듬성듬성 필기가 된 교과서를 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쉰다. 난 이래선 안 되는데. 정말로 안 되는데. 

 

728자/ 3학년- 첫번째

'과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제- 어둠의 마법 방어술  (0) 2022.08.03
과제- 마법약  (0) 2022.07.28
과제- 점술  (0) 2022.07.28
과제- 마법의역사(2)  (0) 2022.07.24
과제- 비행  (0) 2022.07.16